조 은 글

친구야 ! 잊어버린건 아니겠지 ?

수정천 2007. 8. 3. 22:21
 

 

친구야 !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 솔향기~

 

학교길 오고 가다 목이 마르면 흙먼지 아랑곳 않고

길가에 애기 도룡용. 도마뱀 목욕하는 작은 우물가에 머리 처박고

샘물로 허기반 갈증반을 달래며 허덕허덕 먼길을 잘도 뛰었고

찔래. 송기. 구기자. 다래 따먹고

진달래꽃. 감꽃. 골담초꽃 따 먹고 냉이뿌리 캐서 굵어먹고 피리 뽑아먹고

촉촉하고 하얀 피리 속살 한 움큼 까서 먹다보면

배고픔에서도 해방되고 갈증마저 가셔줬잖아

내가 먹던 그 촌스러운 피리가 싱아라는 세련된

이름이 있다는 걸 내 나이 50이 다 되서야 안 걸보면 참 한심하지?

박완서님의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나에서 싱아가 뭔가 했는데

책을 다 잃고서야 느낌이 왔단다.

비가 오면 비료포대 짤라서 머리만 가리고

신으나 마나 한 아니 신으면 더 미끈거리는 고무신 손에 들고

진흙탕길 마다 않고 잘도 뛰어 다녔었지

논물이 넘어 논에서 탈출한 미꾸라지 잡아 양재기에 미니 매운탕 끓여

울 아버지 막걸리 안주해 드리고 이쁨도 받았었구.

또 있구나!  참개구리 다리구이 ㅎㅎㅎ

옥수수. 감자. 고구마, 칡뿌리를 껌처럼 씹고 다녔잖니?

친구야 !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묘사 지내는 곳서 줄서서 떡 얻어먹던 일.

아주 어릴 때 윗마을 아랫마을 줄 당기기 구경하던 일

동네 우물에서 내려다보면

그렇게 다정하고 예쁜 S라인 황토길 기억나지?

지금은 온 동네를 허ㅡ연 시멘트로 뒤집어 씌워놔서 아쉽기만 하지만

친구야! 나는 생각만 해도 그 때가 좋았고

그래서 친구가 더 반갑고 보고 싶어진단다

그 때를 항상 그리워하기 때문에.......